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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월호 vol.44] 특별코너-원영신교수와 함께 알아본 여성스포츠

 

 

2017년 세간을 흔들었던 성폭력 고발 운동은 각종 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자행되는 교묘하고 은밀한 성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 이에 많은 여성들은 다양한 젠더이슈가 만연한 일임을 외쳤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에는 비단 성폭행, 성희롱뿐만 아니라 성별에 따른 어려움, 활동 제약, 여성의 인권을 무시하는 잘못된 인식과 발언을 불러일으키는 성차별이 포함되어 있었다. 스포츠계도 이러한 성차별 문제에서 예외는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여성은 스포츠로의 진입을 제한받았다. 일각에서는 ‘여성은 약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잘못되고 편협한 인식이 실제로 여성의 운동능력을 약화시켰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여성의 운동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잘못된 관념은 결국 스포츠계에서 여성의 인권과 설자리를 앗아갔다. 

 

불평등 속에서 시작된 여성 스포츠 

1896년 쿠베르탱에 의해 최초로 시작된 제1회 올림픽에 여성 참가 선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여성들이 올림픽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는 단지 그들이 여성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대 남성 위주의 수렵 사회로부터 남성은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여성은 그렇지 않은 또는 그런 권력을 가진 남성을 위하는 제3의 인물로서만 존재했다. 자유와 평등을 내세우며 시작된 올림픽이었지만 여성은 단순히 월계관을 씌워주는 부수적인 역할만을 수행하며 그 흐름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렇게 불평등 속에서 시작된 스포츠 속에서도 여성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기존의 권력자, 기득권자들에게 여성들의 목소리는 한없이 작았다. 여성 참여가 금지되었던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성별을 숨긴 채 마라톤을 완주하였고 이 사건이  대서특필되면서 스포츠 내 여성의 인권에 대한 문제가 이슈화되었다. 이를 계기로 1972년에 미국에서 제정된 TITLE IX(미국 내 교육계에서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제정된 법률)은 학교 성차별 금지, 평등한 교육 기회 제공을 위한 합법적 보장, 여성 코치, 행정가, 운동선수의 인사관리 방식 개선 등을 보장하며 여성이 남성과 함께 스포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스포츠계 내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며, 이러한 차별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여성 스포츠의 불균형, 불평등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포츠, 금녀의 영역에서 함께하는 스포츠로 

현 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교수이자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 회장을 재임하고 있으며, 전 대한체육회 이사, 한국여성체육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원영신 교수는 학자로서 체육계 내 여성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 스포츠를 위해, 나아가 스포츠계 내 여성 지위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원영신 교수는 여성 스포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포츠는 과거부터 남성 중심 활동으로 인식되어왔으며 여성들은 스포츠로부터 소외되어왔습니다. 과거 스포츠들은 사회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형성된 더 빠르게,더 높이, 더 강하게였지만 2018년은 더 이상 과거 남성 지배 사회 시절처럼 힘을 쓰지 않는 사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에 잘못 인식되고 주입된 스포츠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사고로부터 탈피해야 합니다. 실제로 제가 여성 스포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때 일각에서는 여성스러운 것이 어떻냐, 여자는 원초적으로 약한 존재이며, 여성과 비교했을 때 남성이 스포츠에 더 강하기 때문에 스포츠 관련 업종 내 남성이 많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며 반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스포츠계에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는 경우들이 아직까지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스포츠는 여성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여성스러운 것을 억지로 바꾸는 것이 올바르다는 말은 아니지만여성들이 운동을 싫어하고 못한다는 편견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스포츠는 비단 여성의 체력 증진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 협동심과 같은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스포츠가 있음으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성 스포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가운데 더 이상 스포츠는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 하는 운동에 중점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유연성, 균형성, 리듬감, 창조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여성의 스포츠 참여와 권리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가 인정될 때 비로소 남성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여성 스포츠의 차별은 단순히 한 사건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의 성차별은 여성 스포츠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 스포츠가 여성의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좋지 못하다, 남성의 운동신경이 여성보다 우월하다,  여성은 스포츠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한다와 같은 다양한 잘못된 인식들로부터 시작된 스포츠 내 성차별은 개인의 인식에 국한되지 않고 제도나 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잘못된 사고방식들이 모여 결국 여성 스포츠를 비주류로 만들었다. 낮은 예산 지원, 여성운동 시설의 부족, 낮은 장학금과 혜택, 여성 지도자 양성 인프라의 부족 및 차별 등 스포츠 영역 전반에서 여성 스포츠는 구조적인 차별을 겪고 있다. 일례로 2018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는 언론이 성 평등 관점에서 여성 스포츠를 보도하고 있지 않음을 지적했다. 아줄래 사무총장에 따르면 여성 스포츠와 관련된 콘텐츠는 4%에 불과하며 스포츠 뉴스 진행자 중 여성은 고작 12%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녀는 언론이 여성 선수의 외모나 가족 관계에 초점을 두며, 여성 선수들의 업적을 남성 코치나 트레이너의 공으로 돌리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이는 스포츠 내 유리천장이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이 아직까지 사회에 만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1976년 펜싱 금메달리스트인 토마스 바흐가 2013년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 위원장으로 선출되며 발표했던 올림픽 어젠다 2020’ 11조에서 그는 양성평등에 힘쓸 것을 밝히며 그에 대한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 IOC가 발표한 IOC 분과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구성원 중 여성의 비율은 42.7%이다. 이는 그가 처음 취임한 2013년 대비 98%가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성 선수 비율은 42%1924년에 개최된 제1회 동계 올림픽이 4%였던 것에 비하면 굉장히 상승했다. 이렇듯 스포츠는 더 이상 금녀의 영역이 아니다.  IOC2020년 도쿄 올림픽 때까지 여성 참가 선수를 5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이야말로 여성의 스포츠 참여와 여성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과연 우리는 옳은 길을 걷고 있는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법을 바꿔야 합니다. 역사상 지속적으로 진행된 스포츠법 개정 후 우리는 누구나 스포츠에 참가할 권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스포츠에 재능을 가진 여성이 많으나 그들이 개인의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사회가 조성되지 못해 아직도 소수의 여성들은 체육계 내에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며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시 빨리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야만 합니다. 누구나 스포츠를 경험해야 하며 누구에게나 기회균등한 스포츠가 될 때 비로소 스포츠 정신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TITLE IX이 여성 체육 활성화의 기폭제가 된 것처럼 제도와 법을 개정하지 않고서 변화는 불가능합니다.” 

1994년 발표된 브리튼 성명서는 체육 조직 내 여성의 참여율을 20%로 높이며 모든 여성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성의 스포츠 의사결정권과 여성의 스포츠 참여율은 매우 저조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스포츠 내 성비 불균형이 매우 심하다. 원영신교수가 속했던 대한체육회 내 여성 임원에 대한 제도가 체육회 내 여성 임원 비율 30% 가 권장 사항이었다. 당시 원영신교수가 여성 임원 비율 30% 권장이 아닌 의무화를 주장하였지만 이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도 학교체육진흥법(8조 여학생 체육활동 성화 지원)이 시행되었으나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아직까지도 여성 코치나 감독, 교수들이 많이 없으며, 여학우들이 남자 학우들과 동등하게 체육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성별의 구별을 떠난 모두의 스포츠로 

여성 스포츠가 스포츠 산업 내에서 비주류로 머무는 것이 주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보다 중요한 현실적인 문제는 스포츠 내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것,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우리 모두로부터 온다. 한 번도 여성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고, 기존의 고착된 교육 속에서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을 마주하고도 그것이 불평등임을 느끼지 못하는 이 현실 자체가 문제이다. 이에 우리는 먼저 올바른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더 이상 변화하지 않는다. 여성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성별의 구분을 떠난 우리 모두의 스포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적 인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법 개정도 필수적이다. 무조건 여성을 위한 법을 개정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지금보다 여성 스포츠가 더 많은 관심을 받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로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스포츠 내 성 평등이 법과 제도로 제대로 보장받아야만 개인의 인식이 자연스럽게 변화될 수 있다. 2019년을 맞이하는 지금, 스포츠계 내 여성들의 평등, 행복, 건강을 위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여성 스포츠가 변화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이는 허황된 꿈이 아닐 것이다.

 

기사제공 연세대학교 시스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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