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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연금술을 가진 장인(匠人)’ 또는 마술사라는 의미로 중세시대부터 쓰인 ‘연금술사(鍊金術師)’라는 단어는 지난 1988년에 출간된 브라질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장편소설의 제목으로 잘 알려졌다. 우연히도 같은 해인 30년 전 우리나라에는 국민연금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보험료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 비율) 올려준다”는 허황한 구호나 추후납부제도를 왜곡해 국민연금 부담을 초래하는 경기도의 ‘청년 연금지원 프로그램’을 보며 연금개혁에는 마술사가 없다는 생각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130년 전 독일의 ‘철의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에 의해 노령연금제도가 도입된 후 어느 나라에서나 연금개혁은 폭발력이 가장 큰 개혁 과제가 됐다. 특히 지난 반세기 동안 인간의 기대수명이 평균 2년마다 1년씩 길어지면서 연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만큼 연금제도 개혁은 엄청난 정치·사회적 파장을 키울 수 있다. 
  14일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은 4개의 개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1안 현행(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 유지, 2안 기초연금 2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 3안 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2%로 인상, 4안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3%로 인상 등 네 가지다. 그러나 해결 방안을 내야 할 정부가 선다형 문제를 국회로 넘기고 있다는 비판은 물론 네 가지 방안 모두 근본적인 개혁안이 못 된다는 평가다. 기금고갈 시기를 늦추는 재정안정 효과도 미미하고 세금으로 돌려막는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면 4년 후 한 해 21조원, 10년 후 연간 42조원의 예산부담이 늘어난다.  

지난달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제동을 건 후 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우려가 확산돼왔다. ‘국민 눈높이’라는 말은 애당초 정치적 수사로는 좋을지 몰라도 사람마다 세대마다 계층 간에도 다른 의미를 가지는 만큼 구체적 정책의 기준이 될 수 없는 막연하고 무책임한 표현이다. 개혁이 정치 포퓰리즘을 만나면 개악이 된다.

세계 최초로 1889년 사회보험 중심의 노후 소득보장체계를 도입한 독일은 유럽은 물론 미국·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연금제도의 설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여러 차례 개혁으로 독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오는 2030년까지 40%까지 낮추는 중이고 우리나라 또한 2007년 제도개혁에 따라 2028년까지 40%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반면에 독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수준인 18.7%로 한국의 두 배 이상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보험료 수준이 턱없이 낮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개혁이 제대로 되려면 기금운용 거버넌스 개선이 필수다. 가입자의 부담을 줄이면서 기금고갈 시기를 늦추고 노후보장성을 강화하려면 기금 수익성 제고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투자수익률 1%포인트만 높여도 기금소진 시기를 8년 늦추고 보험료율을 2%포인트 올리는 것에 버금가는 재정안정 효과가 있다. 그런데도 지난주 정부안에 기금운용의 독립성·전문성을 높일 기금운용 혁신 내용은 빠져 있다. 만일 수익성보다 공공성을 우선하려는 이유라면 심각한 문제다. 캐나다공적연금(CPPIB)이 과감한 기금운용 개혁을 통해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성공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난 5년간 CPPIB의 연평균 수익률은 12.6%로 세계 최고이며 5.2%에 그친 국민연금 수익률의 두 배가 넘는다. 올 상반기 수익률도 CPPIB는 6.6%를 기록해 국민연금 0.9%의 7배다. 만일 국민연금이 CPPIB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면 보험료 인상이라는 국민부담 없이 소득대체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기적도 가능해진다. 

출산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1.0을 밑도는 유례없는 인구절벽이 현실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로 조만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령 국가에 진입하면서 인구구조는 악화일로에 있다. 연금개혁은 그만큼 미래세대를 위해 중요하고 절박한 시대적 과제다. 연금제도 개혁의 마술사가 있을 수 없고 진정한 개혁은 정직하고 용기 있는 리더십을 요구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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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S8IIE0ZG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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