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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0 11:51

어느 모란 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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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란 장날                           청초 이용분   (7회)

장터에 들어 가는 길목에는 조그만 좌판을 벌려놓고 도장을 파는사람.각 가지
고무줄을 묶어 놓고 파는 사람, 허리 부분이 늘어져 버린 속옷에 넣으려고 고무줄
가격을 물어 보면 그 값이 만만치 않다. 그 전엔 아주 헐하던게 그리 싸지않다 .

사월 초파일이 가까우니 달마그림 불상을 들고 파는건지 그냥 주려는건지 흔들고
서 있다. 어떤 중년 아주머니가 한장 얻어 가지고 오려고 했던 모양이다.

"글세 그냥 주는게 아니고 파는건가 봐, 돈을 달래잖아 그래서 되 돌려 주었어"
하면서 멋 적다는듯 웃으면서 남편인 듯한 이에게 말을 한다.
그럴테지. 무어 길가는 사람에게 다 주려면은 그게 어디 쉬운일인가...

까만 양복을 아래 위로 입고 어깨에 가로질러 무어라고 쓴 흰띠를 들러멘 30대는
넘었을 남녀 대 여섯사람이 길에 무릎을 끓고 둘러 앉아 한참을 기도를 하더니
무어라고 서로 이야기들을 하는게, 이 장터에 온 사람들을 모두 불쌍한 죄인들이니
교회로 데려가서 선도구제 하자는 기도 모임인가? 교인을 만들자는 회의인가?
자못 궁금하다.

그 분잡한 장터 네거리에 소년처럼 정장을 한 강아지가 나타나서 주변의 시선을 끌고
있다. 개 주인은 노인부부인데 손자쯤 생각하는 모양인지 자못 자랑스러워 한다.
아차. 지나 놓고 보니 그 노인 부부도 함께 찍을 걸 생각이 안 들었네...^^

유럽여행을 갔을때 관광버스를 타고 지나는 큰 길가 집은 모두 하나같이 예쁜커텐을
달고 창밖에는 꽃을 내어 놓았는데 그 나라에선 그렇게 하는게 의무화 되어 있다고
한다. 두어해전 일본엘 갈 기회가 있어서 눈여겨 보았는데 개인집 좁은 마당은 물론 대문
밖에도 꼭 자그마한 꽃화분들을 매달어서 지나는 이들이 보도록 배려해 놓은 걸
본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그런게 보편화 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그렇게 하기에도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다. 주인이 돈이 많으니 저러지.하고 생각 할까봐 망서려 지기도
한다.공공시설 장소에는 이제는 제법 많은 꽃을 심어 올해에는 어딜가가나 예쁜 꽃들이
많이 피었다.그러나 개인집들의 경우는 조금 더 서로가 정신적으로 성숙이 되었을
때 가능 할것이다.

전에는 난초가 처음 한참은 비싸고 귀족 대접을 받을때가 있었다.
나의 남편은 한 동안 난에 심취해서 이 꽃을 열심히 사들였었다.

그 값도 상당한 고가일텐데 그 당시 아주 비싼 값에 사가지고 와서는 나에게는
몇푼 안주었노라고, 대수럽지 않다는 듯이 말하곤 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그 값을 알고는 마음속으로 아연실색을 하였었다.

시장을 한참 돌아 보니 봄이라 묘목들이 잘 팔리고 있다. 야채 씨앗과 모종들을 심심치
않게 사 가고 있다. 모두 웰빙시대를 마지하여 제가끔 건강을 생각하여 꽃 대신 이런
야채류를 키워 먹어 보자는 추세를 보는 듯하다. 지방 곳곳에서 나온 여러가지 봄 나물들도
사람들의 눈길을 받고 잘 팔려 나가고 있다. 나도 취나물 조금과 수수부꾸미를 샀다.

나이가 들고 보니 기대도 소망도 모두 시들 해 져서 이제는 비싸지 않고 애도
안먹이고 잘 크고 꽃도 잘 피는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래도 매번 모란장날에 가보면 꽃가개에서 이름 모를 난초 뿌리를 골라서 들고는
콩나물 살때는 돈 쥔 주먹을 곰지락 거리던 허스름한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줄을 섰다.

고상한 난꽃과 향을 기대하면서 딴것은 못사가도 아무리 비싸도 이건 꼭 사가지고
가서 자기집 안방 문갑위에 올려놓고 감상을 하면서 고상해져 보겠다는 열망을 가지
고 ... 오늘도 난 흥정들이 한창이다.

이 난초는 이름이 무어지요?
꽃은 잘 피나유?
꽃은 언제 피는 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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