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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바람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 정양늪에서 여름을 이겨낼 힘 얻었다

약 1만 년 전 후빙기 이후 해수면이 상승하고 낙동강 본류가 퇴적되면서 생겨난 것으로 알려진 합천 정양늪은 40여ha에 이른다. " 심심하다, 쉬는 날 뭐해?" 지난달 덥다며 아들과 함께 나들이 가시길 꺼린 어머니께서 웬일인지 먼저 전화다. 여든을 앞둔 어머니와 더불어 자연을 벗 삼으며 걷기 좋은 풍요로운 경남 합천 정양늪으로 7월 2일 다녀왔다. 사는 진주에서 합천으로 가는 길은 좋다. 경북 고령군까지 왕복 4차선 도로가 쓩하고 뚫려 있다. 합천을 가로질러 흐르는 황강에 못미쳐 차를 세웠다. 목적지 정양늪이다. 차를 세운 근처에는 정양늪생태학습장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합천 정양늪 생명길 어머니와 정양늪생명길이라 적힌 나무테크 길을 따라 걸었다. '생명의 텃밭으로 다시 태어나다'라는 선전 문구처럼 뭇 생명이 살아가는 터전인 정양늪에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이 산다. 합천 정양늪 늪 사이사이로 살짝 고개를 내민 벗풀 꽃이 어여쁘다. 정양늪은 약 1만 년 전 후빙기 이후 해수면이 상승하고 낙동강 본류가 퇴적되면서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100ha 정도의 습지였지만 1988년 합천댐 준공 이후 40여ha로 줄어 현재에 이른다고 한다. 합천 정양늪 나무테크길을 제외하고 걷는 길에서는 징검다리를 자주 만난다. 각종 연꽃이며 갈대, 줄 등이 우리를 즐겁게 반긴다. 한껏 여유롭게 걷는데 가장자리를 검은색으로 두르고 몸통은 옥빛을 띤 나비가 앞장서서 날갯짓한다. 잠시 내려앉아 쉬는데 위로 왜가리가 하얀 날갯빛으로 회색빛 하늘을 흩어 뿌린다. 첫 번째 갈림길을 만났다. 정양레포츠공원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그냥 걷기로 했다. 징검다리가 나왔다.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는 어머니 모습이 귀엽다. 합천 정양늪 둘레길 나무테크길에서 본 정양늪과 다른 풍경이 나온다. 편하지만 징검다리도 많다. 늪 언저리 4차선 국도가 지나는 길옆으로 걸었다. 바람도 함께 걸었다. 갈대도 한들한들 더불어 걷는다. 합천 정양늪은 바람도 함께 걷는다. 갈대도 한들한들 더불어 걷는다. 저만치 풀밭 사이사이로 까치들이 놀라는 기색 없이 종종걸음으로 다닌다. 조용하다. 조곤조곤 말씀하시는 어머니 목소리가 잘 들린다. " 저 나무는 니 태어나기 전에 많이 심었다." 어머니가 가리킨 나무는 종이의 재료가 되는 닥나무다. 실제 닥나무로 종이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한지로 명성 높은 의령에서는 닥나무가 돈벌이가 된 모양이다. 수북한 낙엽을 살포시 밟았다. 바스락바스락~ 경쾌한 소리에 놀랐는지 근처의 물은 잔잔한 물결을 일렁인다. 합천 정양늪 ‘장군 주먹 바위’ 밝은 소리와 이별하자 하얗게 꽃피운 개망초 무리가 곳곳에 가냘픈 몸매를 바람에 의지한 채 한들한들 춤을 춘다. 늪 언저리를 걷는데 기암절벽 사이로 움푹 들어간 곳이 나온다. '장군 주먹 바위'다. 전설에 따르면 신라와 백제가 정양늪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치할 무렵 이른 아침 신라 장수가 진지를 둘러보다 첫 번째 왼쪽 발자국이 바위에 남았는데 현재는 위치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장수가 정양리 하회마을 뒷산 참능먼당 바위에 오른발이 디디며 생긴 발자국이 남아 '장군발자국바위'라고 한다. 이때 몸이 미끄러지면서 늪에 빠질 위험에 처하자 손을 뻗어 주먹으로 바위를 짚으면서 위기를 모면했는데, 그때 주먹으로 짚은 자국이 '장군 주먹 바위'라 불린다고 한다. 정양늪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 기암절벽에 마치 손으로 붙잡듯 긁은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내 초등학교 다니기 전 겨울, 진주 가마못에서 썰매타며 놀다가 얼음이 갈라져 물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때 손톱으로 둥둥 떠다니는 얼음조각을 붙잡고 밖으로 빠져나온 당시가 떠올라 살며시 손으로 붙잡듯 긁어보았다. 지금도 간혹 당시를 떠올리면 간이 철렁했다는 어머니는 무심히 그저 앞만 보고 저만치 지난다. 하얀 연꽃을 비행장으로 삼은 듯 박차고 올라가는 왜가리가 여유롭다. 몇 개의 징검다리를 지났는지 모르지만 무시로 징검다리가 나온다. 일부 징검다리는 어머니를 비롯해 아이들이 건너기에 간격이 넓다. 덕분에 어머니를 안아 옮겨드리기도 했다. 늪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너자 제방이 나온다. 제방에서 다시금 정양늪생명길을 따라 걸었다. 노란 괭이밥에 눈길을 주는 사이 어머니는 쌈 싸 먹기 좋은 나물들이 많다며 나물을 캔다고 아예 쪼그리고 앉았다. 하얀 연꽃을 비행장으로 삼은 듯 박차고 올라가는 왜가리가 여유롭다. 땀을 닦는 사이로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줄지어 들어선 풍경은 아늑하다. 땀을 닦는 사이로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줄지어 들어선 풍경은 아늑하다. 등 뒤로 서늘하게 부는 바람 덕분에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짚는 여유를 가졌다. 물과 바람이 어우러진 멋진 생명 낙원 정양늪에서 여름을 이겨낼 힘을 얻었다. 맑은 물과 푸른 바람이 함께하는 덕분에 모두에게 느리지만 융숭한 대접을 받고 돌아간다. - 오마이뉴스 : 김종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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