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백양산 편백나무 숲에서 놀다

 도심 속 오아시스, 편백나무 숲을 거닐다 

 ▲ 백양산... 편백나무 숲길...

수년 전의 일이다. 
남편과 내가 나란히 산행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와 길 건널목에 서 있을 때
 지나가던 중년 남자가 뒤에서 우리를 부럽다는 듯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 나도 많이 다녔습니다. 안 가 본 산이 없을 정도로 많이 다녔는데...
 지금은 옛날 일이 되었네요. 좋아 보입니다. 다닐 수 있을 때 많이 다니세요."

요즘 가끔 그분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남편이 건강할 땐, 산을 좋아하는 남편 따라 이산 저산, 앞산 뒷산, 요산...많이 다녔다. 
건강을 잃고 치료하느라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게 되면서
 산행을 많이 못했고 요즘은 몸 컨디션이 조금 괜찮을 땐 뒷산
 오봉산 둘레 길을 가끔 걷거나 고도가 낮은 근교산을 조심스레 걷곤 한다. 
그 중에 자주 가는 곳 중에 하나가 백양산 둘레길이다.


 ▲ 백양산... 만남의 숲 가는 길...


 ▲ 백양산... 유월의 숲속에 찬란한 햇살...

할 수만 있다면 백양산 편백나무 숲길을 그대로 우리 집 뒷산에 고스란히 옮겨놓고 싶다. 
가까운 곳에 있다면야 버스를 타고 오가는 번거로움과 시간낭비 없이
 매일같이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매일 드나들텐데. 후훗.

그러나 어쩌랴. 고요하고 아늑하고 넉넉하고 향기로운 편백나무 숲길을 걷고 싶어서
 버스를 타고 몇 십분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조금의 번거로움 끝에
 만나는 편백나무 숲을 만나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크다. 
백양산 편백 숲은 언제 만나도 반갑고 새롭고 향기롭다.


 ▲ 백양산  만남의 숲에서...


 ▲ ...  ...

오늘도 백양산 편백나무 숲을 만나러 간다. 날은 쨍하고 맑고 푸르다. 
나날이 짙어가는 초록이 싱그러운 유월의 하루. 버스를 타고 내려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만덕고등학교를 지나 종합사회복지관 앞에서 내려 들머리에 들어섰다. 
밖엔 햇볕 쨍쨍 한데 숲길로 접어드니 초록의 싱그러운 그늘이 드리워져 상쾌하고 숲 내음 향기로웠다.

백양산(641.7m)은 만덕, 초읍, 모라, 구포 등
 어디서 진입해도 만날 수 있는 시민들의 산으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백양산 숲속에는 어린이대공원, 성지곡수원지와 산림욕장, 만남의 숲,
 체육시설, 숲체험학습센터 등이 있어 찾는 이들로 하여금 볼거리와 쉼을 안겨준다. 
소음과 공해 속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사람 사람들에게
 이곳은 지침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사철 푸른 오아시스다.


 ▲ 백양...  ...!!!


 ▲ 백양...  빛과 그림자...

언제 걸어도 반가운 호젓한 숲길 걸어 만남의 숲에 이르렀다. 
그동안 이곳을 찾았을 땐 언제나 편백나무 숲속 벤치가 적어도 몇 개는 비어 있었는데,
 나무의자들마다 사람들이 앉았거나 누워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아~ 이런 계절이 되었구나. 만남의 숲은 조용한 활기로 가득했다. 
누워있는 사람, 앉아 생각에 잠긴 사람, 책을 읽고 있는 사람,
 속닥속닥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사람, 라디오를 켜놓고 앉아 있는 사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사람...사람들이 만남의 숲 편백나무들 사이사이에 앉아 있었다. 
자연과 사람들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조화였다.

몇 분 동안 서성이다가 겨우 자리를 잡았다. 
만남의 숲 터줏대감인 산비둘기는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먹이를 쪼거나 찾느라 바빴고
 이따금 푸드득 날개를 치며 날아올라 먼지를 일으켰다. 오늘따라 바람이 잔다, 싶었는데
 잠자던 바람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나무들 사이로 바람 숨을 불어넣었다. 
긴 의자에 앉았다가 넓은 평상에 있던 사람이 일어나 가길래 다시 자리를 옮겼다.
 
남편은 길게 누워 잠이 들어 금방 코를 곯았고 나는 빈둥거리다가 가져 온 책을 꺼내 폈다. 
가끔 땅에 머릴 처박고 있던 비둘기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날아오르고
 구구구 소리 내며 먹이를 찾느라 시선을 끌기도 했지만
 숲속에 앉아 있으니 아늑하고 상쾌하고 좋았다. 참 좋았다.


 ▲ 백양산...  편백나무 숲...


 ▲ 백양 전망대...  ..

잠시 코를 골며 잠자던 남편이 벌떡 일어났다. 
신발을 고쳐 신고 편백나무 숲길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가파른 높낮이 없이 조금은 넓고 완만한 언덕길로 된 둘레 길은 편백나무들이 길게 도열해 있고
 그 길은 짙은 그늘과 가늘게 비쳐드는 햇살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무늬로 물결쳤다. 
걷고 또 걸어도 좋은 길을 따라서 천천히 음미하며 걸었다.

오늘은 바람의 언덕까지 가지 않기로 했다. 
만남의 숲에서 바람의 언덕 가는 길로 걸어가다가 백양전망대를 지나고
 삼거리에서 바람의 고개 길을 두고 옥천약수터 방향으로 내려섰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편백나무 숲길...그 숲길에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자연과 하나 되어 아름답고 조화로웠다. 
체육시설 있는데서 다시 만남의 광장 방향으로 야트막한 언덕길을 걸었다.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고 싫증나지 않는 숲길이다. 
앞으로 보아도 뒤로 보아도 옆으로 보아도 좋고 아름다운 길


 ▲ ..  ..

만남의 숲에 다시 도착하니 오후 4시 10분.
 터줏대감인 산비둘기들은 그때까지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먹이를 쪼고 있고,
 그 사이에 나무의자들은 듬성듬성 비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앉고 누워 자연 속에서 쉼을 얻고 있었다. 
만남의 숲은 늦은 오후까지도 조용한 활기 속에 있었다. 
그늘은 더 짙어지고 햇살은 편백나무 높은 꼭대기에 머물고 있었다. 
우린 다시 만남의 숲 벤치에 얼마 동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느릿느릿 온 길로 내려왔다. 숲속을 벗어나자 유월 오후의 햇살은 아직도 쨍쨍했다.

                        - 오마이뉴스 : 이명화 기자 -

 덧붙이는 글 | 
  편백나무의 효능 피톤치드는 나무가 자연치유를 하기 위해 발산하는 향균물질이다. 
 많은 나무들이 피톤치드를 발산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발산하는 나무가 ‘편백나무’라 한다. 
 소나무의 5배 정도. 편백나무의 효능은 ‘피부질환 개선(아토피, 알레르기, 민감성 피부 등),
 스트레스, 면역력 향상, 숙면유도, 콜레스테롤 저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