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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분 더 살자고 깔딱고개를 넘은 건 아닌데

망우산 숲길 지난주에 서울둘레길 8개 코스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수락-불암산 코스를 걸었더니, 이번 주는 여유만만이다. 이번에 걸은 서울둘레길 2코스 용마-아차산 코스는 전체 길이가 12.6km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요예상시간은 5시간 10분, 난이도는 중급. 8시간도 걸었는데 5시간쯤 걷는 거야 땅 짚고 헤엄치기지. 용마-아차산 코스 난이도가 중급인 것은 '깔딱고개'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만 빼면 난이도는 초급과 중급 사이 정도? 부담 없이 쉬엄쉬엄 걸을 수 있는 길이라 집을 나서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보통 때보다 30분 정도 늦게 집에서 출발했다. 용마-아차산 코스는 화랑대역 4번 출구에서 출발해 광나루역에서 끝난다. 서울둘레길은 참으로 교묘하게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을 선정했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죄다 전철역이다. 그만큼 접근성이 좋다. 출발지를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서 좋다. 덕분에 서울둘레길을 걸으면서 전철역 순례도 같이 한다. 지금까지 석수역, 가양역, 구파발역, 도봉산역, 화랑대역, 광나루역을 둘러봤다. 가양역, 도봉산역, 화랑대역, 광나루역은 서울둘레길을 걸은 덕분에 처음 가봤다. 그게 뭐 특별한 일이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가는 건 재미있는 일이 아닐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그곳이 어디든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금계국 용마-아차산 코스는 망우산, 용마산, 아차산을 잇는 길이다. 이 길을 걷다보면 서울을 둘러싼 산들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확인한다. 코스 곳곳에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를 조성해놨는데, 이곳에서 서울을 둘러싼 산들의 능선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산, 앵봉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도봉산 등등. 서울둘레길은 그 산들을 하나의 길로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산 안쪽은 서울, 바깥 쪽은 경기도다. 화랑대역 4번 출구를 출발하자마자 묵동천이 나온다. 천변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길에는 금계국이 화사하게 피었다. 초록빛 풀 사이에서 고개를 내민 금계국의 빛깔이 선명하다. 이곳에서 왜가리를 보았다. 몸이 가늘고 긴데 심지어 다리까지 가늘고 길다. 이 녀석, 고개를 길게 빼고 주변을 둘러본다. 가까이 다가가면 휙 날아갈까 봐 먼발치에서 카메라 렌즈를 줌으로 당겨 녀석의 사진을 찍었다. 왜가리가 맞는 것 같은데 그래도 전문가한테 확인해야지. 이미숙 고양생태공원 코디네이터에게 사진을 보내고 이름을 확인했다. 백로과에 속하는 새로 왝왝 하면서 울어서 왜가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이 돌아온다. 온 종일 한 자리에 꼼짝도 않고 서 있다가 동상인 줄 알고 경계심을 풀고 몰려오는 먹잇감을 노리는 습성이 있다나. 음흉한 녀석이로군. 하지만 그만큼 인내심이 강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겠다. 서울둘레길 2코스 용마-아차산 코스에서 만난 왜가리. 중랑캠핑숲 열한 시 반에 중랑캠핑숲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이곳에는 캠핑장이 있는데, 캠핑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여유롭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견학 온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진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이 말갛게 씻기는 것 같다. 이곳에도 창포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여기에서 길은 망우묘지공원으로 이어진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길이기도 하다. 망우묘지공원은 '망우리 공동묘지'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서울에 있는 유일한 공동묘지이면서 공동묘지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망우리 공동묘지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 망우산에 조성된 공동묘지였다. 이곳에 한용운, 안창호, 방정환, 지석영, 박인환, 이중섭, 권진규 등과 같은 분들의 무덤도 있다. 살아서는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죽은 뒤에 한 자리에 모여 죽은 자들의 마을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용마-아차산 코스가 죽은 자들 사이를 걷는 길은 아니다. 먼발치에서 이분들이 이곳에 잠들어 계시는구나, 하면서 잠시 옷깃을 여미거나 경건한 마음으로 죽은 이들의 삶을 돌이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길이다. 특히 '망우리공원 인문학 길 사잇길' 입구를 지나가게 되면. 망우묘지공원 박인환 시비 이곳에서 박인환 시인의 시비를 만났다. 시 <목마와 숙녀>의 한 구절이 새겨져 있다. 오래전에 외웠던 시인데, 태어나서 처음 읽는 것처럼 마음을 흔든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묘역을 옆으로 끼고 잘 포장된 길이 이어진다. 나무가 우거져 깊은 그늘이 드리워진 길이지만, 결코 걷기 좋은 길이 아니다. 신발을 통해 발바닥에 도로의 딱딱한 느낌이 와 닿는다. 흙길이 아닌 포장된 길을 걸을 때 가장 지친다. 흙길은 30km를 걸어도 쉽게 지치지 않는데, 콘크리트나 아스콘으로 포장된 길은 채 10분도 걷기 전에 발걸음이 무거워진다.이 길도 그렇다. 그래도 어떡하나. 축지법으로 뛰어넘을 수 없으니 한 걸음, 한 걸음씩 성실하게 걸어야지. 망우산을 거쳐 용마산으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가장 큰 난관이 있다. 깔딱고개라는 이름이 붙은 계단이다. 언제부터인가 산에 계단이 놓이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숱한 사람의 발길에 닿아 망가지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계단을 오를 때마다 혹은 내려갈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 올라갈 때는 힘들어서, 내려갈 때는 무릎이 걱정돼서. 고개를 들어 계단을 올려다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내 고개가 뒤로 꺾일 판이다. 망우묘지공원길 깔딱고개에 오르기 전에 있는 쉼터에서 잠시 쉬며 생수로 목을 축인다. 깔딱고개는 계단이 자그마치 570개나 된단다. 그렇다고 570개가 죽 이어지는 건 아니다. 중간에 잠시 끊어지다가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계단 570개가 눈앞에 펼쳐지는 건 결코 반갑지 않다. 계단 앞에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걸음을 뗀다. 10여 분에 걸쳐 570개의 계단을 겨우 다 걸어 올라와 숨을 헐떡이고 있노라니 '당신의 수명이 35분 정도 늘었다'는 팻말이 서 있다.마치 약을 올리듯이. 아, 내가 고작 35분 더 살겠다고 깔딱고개를 올랐구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고 말하면 안 되겠지. 용마산에서 아차산까지 가는 길에는 고구려의 유적지인 '보루 터'들이 흩어져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고구려 시대로 간 것 같다. 죽은 자들의 마을을 지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자들이 살던 땅으로 넘어온 것인가. 이 지역은 삼국시대에 전략적 요충지였다. 그랬으니 용마산과 아차산에 그토록 많은 보루들이 세워졌겠지. 아차산 보루 아차산 보루 아차산 명품 소나무 역사의 흔적을 더듬으면서 걷다보니 어느 사이엔가 아차산의 명품 소나무들 사이를 지나고 있다. 지난주에 걸었던 수락-불암산 코스(18.6km)에 비하면 용마-아차산 코스는 짧아도 너무 짧았다. 고작 12.6km밖에 되지 않으니 말이다. 난이도는 반도 채 되지 않았고. 광나루역에 도착하니 도무지 걸은 것 같지 않았다. 이대로 내처 걸어야할 것 같은 이 느낌은 대체 무엇이지? - 오마이뉴스 : 유혜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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