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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산

서울둘레길 8코스인 북한산 코스는 길다. 
34.5km, 예상소요시간 17시간, 난이도 중급.
은평구, 종로구, 성북구, 강북구, 도봉구에 걸쳐 있다.

코스가 길어 한꺼번에 다 걷는 건 무리다.  두 번으로 나눠 걷자. 
그게 힘들면 세 번으로 나눠 걸어도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눠야 잘 걸었다고 소문이 날까?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머리를 열심히 굴렸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길은 직접 걸어보기 전에는 실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도는 길에 관한 기초적인 정보만 제공할 뿐이다.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디서 멈춰야할지 알게 되었다. 
그날의 컨디션, 날씨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4월 26일에 구파발역에서 정릉탐방안내소 입구까지 15.5km를 걸었고,
 부처님 오신 날인 5월 3일에 정릉탐방안내소 입구에서 도봉산역까지 19km를 걸었다. 
이틀에 걸쳐 14시간 남짓 걸어 34.5km를 완주했다.

이 구간 가운데 걷기 가장 힘들었던 곳은 평창동 주택가를 지나는 '평창마을길' 구간이었다. 
이 구간만 딱 떼어서 멀리 내다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아스팔트 포장이 된 길은 오르막의 연속이면서 볼거리가 멀리 보이는
 북한산 자태 외에는 거의 없는 지루한 구간이었던 것이다.


 ▲ 길은 숲으로 이어진다.

그래도 어쩌누. 세상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이라고 해도
 걷기 힘들거나 걷고 싶지 않은 구간은 꼭 있기 마련인 것을. 
서울을 한 바퀴 도는 '서울둘레길'도 마찬가지가 아닐지.

서울둘레길 8코스 북한산 코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 구간이 '북한산둘레길'과 겹친다. 
8구간 구름정원길 ~ 1구간 소나무숲길, 20구간 왕실묘역길 ~ 17구간 도봉옛길 구간이다. 
그래서 북한산 코스를 걸으면 '북한산둘레길' 절반을 걸은 셈이 된다. 
서울둘레길을 완주한 뒤, 서울둘레길에 포함되지 않는 북한산둘레길 나머지 구간 걷기, '강추'한다.

서울둘레길 8코스 북한산 코스는 구파발역 3번 출구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선림사로 이어지는 길, 잘 찾아야한다. 자칫하면 방향을 잃을 수 있다. 
펄럭이는 주홍색 서울둘레길 리본은 도심지역에서 찾기가 어렵다. 
도심은 알록달록한 빛깔들이 넘쳐나는 지역이므로.
선림사를 지날 즈음부터 길을 잃을 염려를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길이 북한산둘레길과 정확하게 겹치기 때문에 북한산둘레길 표지를 따라 걸으면 된다.


 ▲ 북한산에는 사찰이 많다.

북한산은 서울시와 고양시에 걸쳐 있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명산으로
 최고봉인 백운봉을 포함해 32개의 봉우리가 빼어난 산세를 자랑한다. 
그래서일까, 북한산에는 크고 작은 사찰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북한산성을 비롯한 많은 문화유적이 있다. 
특히 북한산은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매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2016년에 북한산은 찾은 사람은 608만 명이 넘었다. 
특히 북한산둘레길이 만들어진 이후 등산객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면서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북한산을 찾는 방문객의 40%가 북한산둘레길을 걷는 사람이라니
 북한산둘레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4월 23일, 오전 9시 40분에 구파발역을 출발, 북한산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날씨,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전 날 밤, 가볍게 비가 뿌린 덕분에 시야가 아주 맑았다. 
이런 날은 미세먼지 걱정이 덜 돼서 좋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점 많아지고,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데
어째서 날이 갈수록 환경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악화되는 건지 알 수 없다. 
앞으로도 지금보다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가능성이 낮은 것 같다. 
이러다가 걸을 때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가 아닌
 산소마스크를 써야 하는 거나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런 날이 절대로 오면 안 되는데 지금 추세라면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것 같다.


 ▲ 이런 장면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게 된다.
 예전에는 일상이었으나 이제는 전혀 일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아직까지 산 속은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의 역습 위험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서 걸으면 걸을수록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걸은 뒤에 찾아오는 뿌듯함은 덤이다.

한 해에 600만 명이 넘게 찾아오는 산답게 길은 참으로 잘 조성돼 있다. 
그게 꼭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산도 몸살을 앓는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은 자연을 망가뜨린다. 산에 안식년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걷다보면 곳곳에서 뿌리가 드러난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잦은 발걸음으로 땅은 다져질 대로 다져졌다. 
그래서 탐방로 주변에 로프를 설치, 정해진 탐방로 외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놨지만,
 가끔은 그런 곳에서 사람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파트 밀집지역을 따라 이어지던 길이 이제는 숲속으로 길게 이어진다. 
어른 팔뚝보다 굵은 훌라후프를 돌리면서 걷는 사람과 마주쳤다. 
발걸음도 가볍고, 허리춤에서 돌아가는 훌라후프도 가볍다. 
저 경지까지 이르려면 얼마나 연습을 해야 할까?
"우와, 대단하세요. 최고예요."
인사를 건넸더니 활짝 웃는다.


 ▲ 탕춘대 성암문

탕춘대 성암문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멈췄다. 
걷느라 흘린 땀을 나무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준다. 
숨은 가쁘나 몸은 날아갈 듯 가볍다. 

잠시 탕춘대성의 유래를 알리는 표지판을 들여다본다. 
서울성곽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성으로 도성과 북한산성의
 방어 기능을 보완하고 군량을 저장하려고 세웠다고 한다. 
탕춘대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연산군이 연회를 벌였던 탕춘대와 가까웠기 때문이라나.
 이 길은 북한산둘레길 옛성길 구간이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길이 '평창마을길' 구간이다. 
앞서도 설명했지만 걷기 힘든 길이었다. 
하필이면 이 구간을 걸을 때가 하루 중 가장 더울 즈음이기도 했고.
 평창동은 부촌(富村)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으리으리한 단독주택들이 즐비하다. 
이 지역에 부자들이 모여사는 것은 이 동네가 조선시대에 선혜청이 있던 자리로
 '재물이 모이는 땅'이라 그렇다는 해석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 능원사


 ▲ 5월은 철쭉의 계절.

헉헉거리면서 오르막길을 오르다 시선을 들면
 저 멀리 북한산이 보여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고나 할까. 
이 구간을 걷다가 너무 지쳐서 정릉탐방안내소에서 걷기를 끝내기로 했다. 
나머지 구간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나중에 이날 걸었던 거리를 계산해 보니 34.5km 가운데 15.5km를 걸었다.
 7시간 남짓 걸렸다. 남은 거리는 19km. 그 길을 부처님 오신 날에 이어서 걸었다.

5월 3일 오전 10시에 정릉 탐방안내소 부근에 도착,
 지난주에 걷기를 마친 지점에서 걷기 시작했다. 
이 때만 해도 이날이 부처님 오신 날인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19km를 효율적으로 잘 걸을 수 있을 것인가만 골똘히 생각하다가. 
절마다 내걸린 연등이야 4월 26일에도 걸으면서 질리도록 많이 봤으니 새삼스러울 건 전혀 없었고.

화계사 입구에서 부처님 오신 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화계사에서 몇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저마다 밥과 나물이 담긴 그릇을 들고 나와 먹고 있었던 것이다.
길에 주저앉아 밥과 나물을 비비거나 먹는 사람들,
 밥먹을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사람들,
 빈 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로
 길이 그야말로 북새통이자 야단법석이었다. 
부처님 오신 날에만 볼 수 있는 귀한 풍경이다.


 ▲ 북한산둘레길 표지판

북한산 코스를 걸으면서 북한산에 사찰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크고 작은 사찰들이 북한산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하긴 산과 사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조선시대에 사찰은 숭유억불 정책 때문에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 영향이 지금도 남아 있다.

애국지사 묘역을 지나면서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벌였던 이들의 이름을 떠올린다.
 4.19 묘역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곳을 내려다본다. 
역사는 우리 땅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깊은 흔적을 남겼다.

부처님 오신 날은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다. 서울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겼단다. 
걷느라 그렇게까지 더운 줄 몰랐는데, 
숲에서 도심으로 이어지는 길로 접어드니 열기가 확 느껴진다. 
덕성여대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땀을 식혔다.


 ▲ 고즈넉한 숲길이 있는 길, 북한산둘레길

북한산둘레길은 왕실묘역길로 접어들어 연산군 묘를 지났고 정의공주 묘도 지났다.
 방학동길을 지나 도봉옛길로 들어섰다. 
벚꽃이 지니 철쭉이 여기저기서 무더기로 기세 좋게 피어났다. 
올해는 유난히 황매화가 많이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5월로 접어드니 벌레들이 지천이다. 
몸통으로 기어 다니는 송충이 종류인. 이 녀석들이 가끔은
 거미줄 끝에 매달려 그네를 타듯이 흔들리다가 달려들어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신발을 벗어놓고 잠시 쉬는 동안에는 신발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산이 온갖 종류의 생물들이 번식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처럼 말이다.

도봉산역을 1km 남짓 남겨두었을 때, 다리가 묵지근해졌다. 
19km를 무사히, 잘 걸었다는 안도감 때문이리라. 
북한산에서 쏟아져내려온 사람들이 도봉산역으로 가는 길을 가득 채운다. 
모두 나처럼 뿌듯한 기분으로 돌아가는 것이겠지?

다음 주에는 서울둘레길 8개 코스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아
 상급으로 꼽히는 1코스 수락 불암산 코스를 걸을 예정이다.


 ▲ 서울둘레길 지도 ⓒ 서울시
                    - 오마이뉴스 : 유혜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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