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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도, 작은 깃대봉에서 본 마을 전망 ⓒ 나기옥

숙소 예약과 매식(買食) 가능여부 확인, 여객선 승선권 예약, 풍속(風速)을 포함한 일기예보 점검.
 섬 여행을 위해 집을 나서기 전에 필요한 일 세 가지를 마무리하고 군산항으로 차를 몰았다. 
전북 군산시 옥도면에 속한 관리도를 가기 위해서였다.

고군산군도 남서쪽에 자리 잡은 관리도는 군산 서쪽 38㎞에 위치해 있고,
 면적은 1.65㎢로 자그마하다. 마을도 하나 뿐이다. 
인근 선유도에 치여 세인의 관심을 덜 받고 있지만
 그게 나에게는 오히려 더욱 매력적인 방문 목적이 된다. 
알려지지 않은 섬일수록 더 오롯하고 편안해서다. 
섬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숙박업소, 유흥을 권하는 번쩍이는 야간 조명,
 거나한 술판이 곁들인 시끌벅적한 식당 풍경은 늘 낯설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내 취향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를 실은 여객선은 1시간 20분 만에 목적지인 관리도항에 도착했다. 
민박집에 들려 배낭에 든 짐 몇 가지를 내려놓고, 어떻게 섬을 봐야 좋을지를 물었다.

"항에 발전소 있지라? 그기서 작은 깃대봉 올라갔다 길 따라 죽 가면
 깃대봉이 나오는디 그기 거처 투구봉까지 가면 다 보는 기요. 올 때는 임도 따라오면 편할끼라."
"그렇게 한 바퀴 도는데 몇 리나 될까요?"
"세 시간이면 한 바키 돈다요. 섬이 쬐깐하니까니."

거리를 나타낼 때 이수(里數) 대신 소요시간을 말하면 난감해진다. 
보행속도의 기준이 애매해서다. 민박집 주인아저씨의 연배가 나와 비슷해 보이니,
 그 거리를 나도 세 시간 잡으면 되겠다는 어림짐작을 하고 관리도항의 인근에 있는 발전소를 찾았다.

 관리도, 공사 중인 야영장 ⓒ 나기옥

작은 깃대봉 가는 산책길 ? 섬의 높이를 고려하면 등산길보다는 이 표현이 낫겠다 싶다. 
길은 잘 나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작은 깃대봉을 오르기 전,
 오른쪽에 있는 작은 모래 해안에 들려 잠시 쉬는 것도 권할 만하다. 
양쪽으로 바위들이 아늑하게 감싸 주고 있어 세간의 어지러움을 씻어내기에는 더없이 좋다.

작은 깃대봉에 오르면 바다 전망이 더 넓어진다. 
봉우리의 높이와 탁 트인 시야가 거칠 것 없게 만든다. 마을도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호흡을 조절하고 이어진 길을 따라 빤히 보이는 전망대로 향한다. 
시멘트 기둥에 번듯한 지붕까지 얹고 2층으로 만들어졌다.

좀더 내려가면 안부를 만나는데, 해변과 마을 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제법 큼지막한 야영장 설치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게 두 달 전이었으니 지금쯤은 완공 되었으리라. 
야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몰까지 볼 수 있는 명소로 각광 받을 것으로 짐작된다.

 관리도, 제1 깃대봉에서 전망대와 작은 깃대봉 >ⓒ 나기옥

제1 깃대봉을 지나면 칼바위 능선을 만난다. 
이름은 내가 붙인 건데, 유명한 산의 웅장한 바위와 능선을 연상해선 곤란하다. 
길이가 10m 내외에 높이도 2m 정도의 아기자기한 능선이다. 
비록 바위는 작아도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허용하지 않을 만큼 도도하고 개성이 강하다.

그 곳을 지나면 관리도에서 가장 높은 깃대봉이 나타난다. 누군가가,
 '깃대봉 136.8m'라는 종이를 비닐 코팅해서 붙여 놓았다. 그 마음이 참으로 고맙다. 
관리도봉을 지나 투구봉(129m)까지는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을 한 차례 밟았다
 다시 올라 가는데 오르는 즈음에 투구봉과 해수욕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

투구봉을 올라가기 전 8부 능선쯤에 다다를 즈음,
 나는 "야!" 라는 탄성을 참을 수가 없었다. 탁월한 풍광 때문이었다. 
작은 깃대봉에서부터 투구봉에 이르는 대부분의 산책길 한 쪽은 드넓은 바다를,
 한 쪽은 1.6km 정도 밖의 멋진 고군산군도 섬들을 바라보며 걷게 된다.

특히 대장도, 장자도, 선유도의 웅장한 바위와
 거기 드문드문 솟은 소나무가 어우러진 멋진 모습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거기였다. 
발아래 징장불 해수욕장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떠 있는 섬들과
 그 건너편의 멋진 바위들까지 한 눈에 즐길 수 있다. 
섬의 아랫도리를 굵게 긋고 지나가는 임도(林道)만 없었다면
 그리고 하늘만 맑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관리도, 칼바위 능선 ⓒ 나기옥

발을 멈추고 편안히 앉았다. 
그 좋은 걸 잠시 서서 보고 말기에는 너무 아까워서였다. 그래.
 이 한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돈을 들여 관리도를 찾은 충분한 보상이 되리라. 
눈을 감았다. 방금 펼쳐진 풍광이 가슴으로 녹아들며
 나는 섬이 되고, 나무가 되고, 파도가 되고, 갈매기가 된다.

너울 딛고 건너온 바람이 나를 감싼다. 바람이 속삭였다. 
나는 수 억 년 동안 세상을 보듬었단다. 보이지 않는다 해서 나를 없다 하지 말고,
 나뭇잎이 흔들리지 않는다 해서 사라졌다 생각 마라. 
눈이 인식하지 못하는 걸 느끼고, 쉼이 곧 행함임을 알 때
 세상을 보는 지혜는 더 커지리라. 바람은 그렇게 나를 일깨우고 있었다.

 관리도, 관리도봉 인근의 바위절벽 ⓒ 민병완

투구봉에 올라, 저 먼 뭍의 나그네가 당신을 뵈러 왔다고 인사를 올리고 임도로 내려섰다. 
섬의 규모에 비해 임도는 생뚱맞게 컸다. 내게는 그랬다. 
큰 임도에서, 자연을 통제와 편익의 대상으로 여기는
 인간의 오만과 욕심을 다시 보는 건 나의 삐뚤어진 시각 탓일까?

환경은 단순히 우리 삶의 터전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다. 
이익창출의 대상은 더더구나 아니다. 
바로 우리의 삶 그 자체임을 가슴에 새기며 산책을 마무리했다. 
시간을 보니 예상보다 늦은 네 시간이나 걸렸다. 
아마도 천천히 걷고 즐겨 쉬는 내 습관 때문이리라.

끝으로 덧붙이는 한 가지. 
지역 주민들이 해수욕장이라고 일컫는 징장불 해수욕장에 관심을 갖는 분들은,
 조용하기는 하지만 샤워장이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아직은 마련되지 않았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관리도, 투구봉에서의 조망 ⓒ 나기옥
   (주 : 다음 제공 '한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섬의 면적을 
          개요에서는 1.65㎢로, 내용에서는 4.65㎢로 각각 표기하였는데, 
          전자가 맞는 것으로 판단하여 앞의 것을 인용하였다.)
                               - 오마이뉴스 : 민병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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