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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판전 속에 800년 간 팔만대장경 유지한 비밀이" 팔만대장경 품은 장경판전 마당 4년 만에 일반 출입 허용 수다라장·법보전 등 다양한 각도에서 대장경 감상 보험 받아주지 않아 화재보험 가입 못해

국보 3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팔만대장경은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 안에 보관돼 있다.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이 팔만대장경 경판을 조심스레 꺼내보이고 있다.
봄이 진동했다. 경남 합천 가야산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해인사로 향하는 길에 흐드러진 봄꽃과 새초롬한 신록을 만났다. 천년고찰의 길목에서 단지 봄이 빚은 풍경만으로 들뜬 것은 아니었다. 해인사가 소장하고 있는 팔만대장경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국보 32호)을 본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층 설렜다. 팔만대장경을 ‘알현’하러 서울시청에서 차로 4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외진 사찰까지 일부러 찾아간 이유가 있었다. 사실 팔만대장경 관람이라고 해도 대장경을 보관한 건물 장경판전(국보 52호)의 창살 틈으로 그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 전부다. 2013년부터는 이마저도 제한을 뒀다. 낙산사(2005년)·숭례문(2008년)·화엄사(2012년) 등에 연이어 방화사건이 터지자 해인사 측은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장경판전의 중정(中庭·마당) 입구를 통제한다”고 공지했다. 여행객은 하릴없이 장경판전 바깥쪽 창을 통해서만 팔만대장경을 엿봐야 했다.
가야산 중턱에 들어선 천년고찰 해인사. 해인사 정점에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장경판전이 세워졌다.
하지만 4년의 시간이 흐른 올해 1월 1일 굳게 닫혔던 장경판전 중정으로 통하는 문이 활짝 열렸다. 문화재를 국민과 향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해인사와 문화재청이 함께 결정을 내렸다. 창살 사이로 팔만대장경을 본다는 데는 변함이 없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해인사로 향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마침 부처님오신날(5월 3일)이 코앞이었다. 가야산 중턱께 다다르자 해인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절에서 만난 주지 향적스님은 외부인을 반갑게 맞아줬지만 “경판 한 장 한 장이 부처님과 같은 팔만대장경을 대하는 데 경외심을 잊지 말라”는 당부는 잊지 않았다. “고려 고종 23년(1236년)부터 16년에 걸쳐 제작된 팔만대장경은 모두 8만1350장입니다. 800년에 가까운 세월을 견딘 셈이지요. 팔만대장경은 단 한 장도 손실·분실되지 않고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장경판전 중정. 오른편이 수다라장, 왼편이 법보전이다. 올해 1월 1일부로 장경판전 중정이 개방되면서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을 다양한 각도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됐다.
팔만대장경은 현재 보험을 받아주는 보험회사가 없어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상태다. 가치를 산정할 수 없다는 게 이유란다. 대신 해인사 내 많은 조직이 팔만대장경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팔만대장경을 보존·보호하는 ‘보존국’, 팔만대장경 연구와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하는 ‘대장경연구원’이 있다. 해인사는 또 팔만대장경을 지키는 장주(藏主)라는 직책도 둔다. 올해로 27년째 장주 소임을 맡고 있는 원산스님은 장경판전 주변을 순찰하는 감상(鑑狀)을 하루도 거르는 법이 없다. “해인사에 7차례 대 화재가 났는데도 팔만대장경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유는 부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 없다”는 원산스님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주지 향적스님, 보존국 일엄스님, 장주 원산스님 그리고 대장경연구원 한홍익 연구원과 함께 팔만대장경을 모신 장경판전으로 향했다. 장경판전은 가야산 비탈면에 들어선 해인사에서도 맨 꼭대기 해발 700m께 지어졌다. 대웅전 뒤편에서 장경판전까지 다다르는 계단이 가팔라 허리를 수그린 채 올라야 했다.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을 하심(下心·자신을 낮춘다는 의미)해야만 만날 수 있는 보물이라고 소개한 일엄스님의 말이 꼭 들어맞았다. “장경판전은 건너뛰고 팔만대장경만 유심히 본다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지요. 팔만대장경을 보존할 목적으로 건립된 장경판전은 당대 모든 지식과 기술이 결집된 건물입니다. 팔만대장경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2005년)으로 등재되기 앞서 1995년 장경판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장경판전은 수다라장, 법보전, 동·서사간전 네 동의 건물이 ‘ㅁ’자 형으로 둘린 모양새였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는 수다라장과 법보전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장경판전 중정을 개방하기 전에는 수다라장 외벽만 볼 수 있었지만, 중정 문을 열면서 수다라장 안쪽과 법보전을 두루 둘러볼 수 있게 됐다. 외부의 출입을 엄격히 막았던 법보전 중앙의 불당도 개방했다.
장경판전 법보전 중앙에 있는 불당. 장경판전 중정을 개방하기 이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장경판전은 보고도 그냥 지나칠 정도로 허름하고 장식이 없는 목조 건축물이었다. 한홍익 연구원은 “장경판전의 단순함 속에 800년 간 팔만대장경이 유지돼 온 비밀이 있다”고 말했다. 수다라장과 법보전은 큼지막한 창문이 뻥뻥 뚫려 있는데, 창살 사이로 볕이 들고 비도 들어온다. 하지만 팔만대장경은 나무로 만들어졌어도 어느 하나 뒤틀리거나 썩은 것이 없다. 장경판전의 공기 순환이 뛰어난 덕분이다. 재밌는 사실은 수다라장과 법보전 벽면 위쪽과 아래쪽, 그리고 앞면과 뒷면의 창 크기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었다. 큰 창은 폭 2.15m, 세로 1m 크기고 작은 창은 폭 1.22m, 세로 0.44m인데, 통풍을 원활하게 만들 목적이라는 점만 파악했을 뿐 현대 과학으로도 정확한 원리를 알기 어렵다고 한다. 해인사 측은 장경판전이 팔만대장경에 앞서 초조대장경 (1011년 제작, 1232년 소실)이 만들어질 당시 지어졌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를 불심으로 극복하기 위해 고려인은 부처님의 말씀을 새긴 대장경을 제작했다. 만들어진지 800년 가까이 흘렀지만 팔만대장경은 뒤틀림없이 완벽하게 보존되고 있다.
천년의 시간을 버틴 장경판전 창살 사이로 빽빽이 꽂힌 팔만대장경이 들여다보였다. 층층이 쌓으면 높이 3250m로 백두산(2744m)보다 높으며, 한 줄로 이으면 150리(60㎞)이어진다는 그 팔만대장경을 확인하는 일은 특별했다. 수령 40년 이상 된 나무를 골라 벌목하고, 바닷물로 쪄내 진을 제거하고, 1년 여간 정성스레 말렸다가 각수(刻手)가 한자 한자 새길 때마다 절을 올렸다는 목판은 형형한 에너지를 내뿜었다. 해인사 측의 배려로 장경판전 내부로 들어가 팔만대장경을 가까이서 볼 기회를 얻었다. 지난 세월이 무색할 만큼 목판은 어제 만든 듯 광택이 났다. 고려인이 어떤 마음으로 팔만대장경을 제작했는지 자못 궁금했다. 향적스님은 이 위대한 문화재는 고려의 국운이 융성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절체절명의 순간에 탄생했다고 일렀다. “팔만대장경은 고려가 몽골족과 전쟁을 치르는 중에 제작됐습니다. 13세기 고려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팔만대장경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고 추측됩니다. 전 국민이 똘똘 뭉쳐 대장경을 만들면서 위기를 극복한 것이죠. 세대·지역·계층 간 갈등과 반목이 높은 한국 사회에 대장경의 정신이 복원되길 기원합니다.”
대장경을 보호하는 장주는 팔만대장경을 보유하고 있는 해인사에만 있는 직책이다. 27년째 장주 소임을 맡고 있는 원산스님.
◇ 여행정보=경남 합천 해인사는 신라 애장왕 3년(802년)에 창건한 고찰이다. 팔만대장경 장경판전 등 국보와 보물 70점이 면적 18.66㎢에 이르는 사찰 곳곳에 산재해 있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 중정을 오전 8시 30분~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해인사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700원. 해인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대장경테마파크도 둘러볼 만하다. 팔만대장경이 제작된 과정을 재현해 놨다.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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