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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둘레길 6코스 안양천 코스

서울둘레길 안양천 코스는 벚꽃이 절정이었다. 벚꽃이 절정을 지나, 지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가지에서 떨어진 꽃잎들이 눈꽃송이가 돼 날렸다.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저절로 탄식과 같은 감탄을 터뜨린다. 꽃이 지는 게 아쉬우면서 꽃잎들이 흩날리는 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혹시나 동행이 못 봤을까 봐 싶어 옆구리를 툭툭 치며 말한다. "저거 봐. 저거. 너무 멋있지 않아?" 오랜만에 걸었다.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 같던 겨울이 진즉에 자취를 감췄는데도 그걸 미처 깨닫지 못하다가 길에서 절정에 다다른 봄과 만났다. 걷지 않았다면 진짜 봄을 만나지 못한 채 봄을 떠나보냈을지도 모르겠다. 이래서 걸어야 한다니까. 혼자 중얼거렸다. 서울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서울둘레길은 이름 그대로 '서울둘레를 한 바퀴 도는 길'이다. 전체 길이는 157km, 8개 코스로 나뉘어 있다. 코스마다 길이가 전부 다르며, 난이도도 다르다. 가장 짧은 코스는 2코스인 '용마 아차산 코스'인데, 12.km다. 소요예상시간은 5시간 10분. 광진구와 중랑구에 걸쳐 있다. 가장 긴 코스는 8코스인 북한산 코스로 34.5km나 된다. 소요예상시간은 17시간. 서울의 다섯 개 구(강북구, 도봉구, 성북구, 은평구, 종로구)에 걸쳐 이어지는 길이다. 서울둘레길 지도 ⓒ 서울특별시 서울둘레길 이 8개 코스를 전부 다 걸을 생각이다. 일주일에 한 코스씩 걸으면 8주면 서울을 한 바퀴 돌게 된다. 17시간 정도 소요되는 8코스는 이틀에 나눠서 걸을 예정이지만, 어쩌면 '하루에 다 걷기'에 도전할 수도 있다. 가장 먼저 걸은 길은 6코스 안양천코스였다. 12일, 이 길을 걸었다. 안양천을 따라 길은 강서구,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를 거치면서 이어진다. 이 길, 벚나무들이 즐비해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을 감상하기 딱 좋다. 걸으면서 내린 결론은 안양천 코스는 4월에 벚꽃이 지기 전에 걸어야 한다는 것. 서울둘레길 걷기를 시작하면서 1코스가 아닌 6코스를 가장 먼저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출발지인 석수역이 우리 집(경기도 시흥시)에서 가깝다는 것, 다른 하나는 난이도가 '초급'이라는 것이다. 오랜만에 걷기 때문에 '몸 풀기'를 할 수 있는 코스부터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다음에는 7코스를 걸을 예정이다. 안양천 코스는 전체 길이가 18km로 소요예상시간은 4시간 30분이다. 서울둘레길 8개 코스 가운데 가장 소요시간이 짧다. 그만큼 걷기 쉬운 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거의 없는 평지로 구성돼 걷기 초보자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서울둘레길 안양천 코스. 가끔은 이렇게 걷기 좋은 길도 있다. 무척이나 짧아서 아쉽지만. 이 코스는 석수역에서 시작, 가양역에서 끝난다. 주홍색 리본과 나무로 만든 표지판들이 길을 알려주기 때문에 절대로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그냥 안양천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가끔은 전철과 나란히 걷기도 하고, 가끔은 안양천과 나란히 걷기도 한다. 12일은 평일이라 걷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안양천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거의 몇 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보았던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죄다 서울둘레길 걷기에 나선 것은 아니다. 대부분 절정에 이른 벚꽃을 보러 나온 상춘객들이었다. 게다가 르노 삼성 회사가 안양천변에서 봄맞이 행사를 했다. 족히 몇 백 명 이상은 될 것 같은 젊은이들이 도시락이나 햄버거 등을 안양천변에 둘러앉아 먹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또 안양천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회사들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도 많았다. 덕분에 벚꽃이 터널을 이룬 길들은 사람들로 거의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걸어야 했다. 안양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정겨운 풍경이다. 꽃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다 밝았다. 꽃을 보는 사람들의 얼굴은 꽃을 닮아가기 마련인가 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번 주말에 많은 사람들이 절정에 이른 벚꽃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길 위로 쏟아져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걷기 좋은 날이었다. 햇빛은 따사로웠으며, 바람은 적당히 불어 벚꽃 잎들이 무리지어 흩날리게 했고,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길을 따라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 꽃구경하기에 참 좋았다. 예전에는 지천이었던 민들레는 귀했지만. 화사한 빛깔을 자랑하는 튤립, 황매화, 조팝나무 꽃, 평소에 보기 어려운 수수꽃다리 등등을 보았다. 나도 자전거가 타고 싶어졌다. 길 위에 누운 자전거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참 많았다. 자전거도로를 줄지어 달리는 자전거를 구경하는 재미도 참으로 쏠쏠했다. 라이더들은 자전거를 눕혀 놓은 채 따사로운 햇빛 아래서 나른한 모습으로 쉬기도 했다. 그 모습이 왜 그리 정겹게 느껴지는 건지. 다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리라. 안양천 코스는 걷기 좋게 조성한 길이지만, 걷기 좋은 길이라고 하기 어렵다. 길 대부분이 포장돼 있기 때문이다. 걷기 가장 좋은 길은 자연이 살아 있는 흙길이다. 포장된 길을 오래 걸으면 무릎 관절이나 다리 근육에 무리가 올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흙길을 걷는 것보다 쉬이 피로해진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안양천 코스는 걷고 난 뒤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발바닥에 누적된 피로가 덕지덕지 달라붙는 것을 느낄 때,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든다. 그렇더라도 걷지 않는 것보다는 걷는 게 낫다. 다음에 걸을 예정인 7코스 '봉산, 앵봉산 코스'는 아마도 흙길이 많은 길이지 싶다. 가양대교 못 미처에 안양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 물과 물이 만나 강을 이루고, 강은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세상 일은 물 흐르는 듯이 순리대로 되어야 뒤탈이 없다. 11시 10분에 석수역을 출발, 4시 20분에 가양역에 도착했다. 중간에 도시락을 먹고, 꽃구경을 하고, 사람 구경을 하고, 한강 구경을 하면서 느긋하게 걸었더니 다섯 시간 10분정도 걸렸다. 하지만 걸은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즐겁게 걸었는지가 중요하지. 이 봄이 가기 전에, 벚꽃이 전부 지기 전에 서울둘레길 안양천 코스를 걸어보시라. 18km를 걷고 나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는커녕 가볍게 느껴질 것이다. 이유는 걸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 - 오마이뉴스 : 유혜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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