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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도 후망산에서 바라 본 풍경.

선착장에서 내리면 알록달록 채색된 학교 건물이 눈에 띈다. 
이맘때면 새 학기가 시작돼 어린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소리로 떠들썩할 법하건만 한산하기만 하다. 
한때는 포구에 어선들이 빼곡하하고 주민 1000여명이 살았던 섬이다. 
하지만 여느 섬과 마찬가지로 주민들은 점차 떠나고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도 점차 줄어들었다. 
이제 학교는 학생 두 명과 선생님 한 명뿐인 분교가 됐다. 

그저 외딴 섬마을일 뿐이다. 사는 이가 적어지니, 찾는 이도 많지 않다. 
이 섬을 왕래하는 정기여객선은 하루 한 편이 전부다. 
오전 9시30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떠나 대부도를 거쳐
 낮 12시쯤 도착하는 여객선 한 편이 뭍과의 연결고리다. 
그나마 안개가 심하면 그 연결고리마저 끊긴다.

경기 안산 풍도(豊島)는 서해의 많은 섬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한적한 섬이다.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은 섬이지만
 격변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동학농민운동이 한창이었던 1894년 조선은 농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청나라에 병력을 요청했다. 
이에 청나라 함대는 동학군 진압을 위해 아산만으로 향했다. 
어떤 저항도 예상하지 못한 청나라 함대는 풍도 앞바다에서 기습 공격을 받는다. 
조선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려는 일본 해군이 청나라 함대를 공격한 것이다. 
결과는 청나라 함대의 대패였다. 대부분 함선이 격침되거나 도망치다 좌초됐다. 
이 전투가 동북아 격변의 신호탄인 청일전쟁의 시작이었다. 
이후 전투는 육지로 확전됐고, 조선은 전쟁의 화마에 휩싸이게 된다. 
특히 이 전투에서 숨진 청군과 일본군 시신이 풍도로 떠내려왔고,
 당시 주민들은 산골짜기에 무덤을 만들어줬다고 한다. 
수백기에 이르는 야산 기슭의 이름 모를 무덤들이 바로 당시 조성된 것으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 떠 걸어놓은 농어가 봄볕을 맞고 있다.

풍도란 이름도 예전엔 단풍나무가 아름다워 풍도(楓島)로 불렸지만,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에 의해 풍도(豊島)로 바뀌게 된다. 
일본은 임진왜란을 일으킨 풍신수길(豊臣秀吉)의 이름에서 ‘풍(豊)’ 자를 따왔다고 한다.

6·25전쟁 때도 풍도는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인민군에 전선이 밀리던 국군과 유엔군이 전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과 관련 있다.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이
 인천 상륙에 앞서 경기만에서 제일 먼저 점거한 섬이 바로 풍도였다.


 망태기를 메고 나물을 캐러 가는 할머니.

풍도는 서해의 주요한 뱃길에 위치한 데다 조수와 상관없이 항상 수심이 깊어
 큰 배들이 정박하기에 좋은 전략요충지였다. 
러일전쟁 당시 발트함대를 격퇴한 도고 헤이하치로 일본 해군제독조차 ‘동해에서는 독도,
 서해에서는 풍도를 차지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풍도 대극은 빨갛게 줄기가 나와 꽃이 피면 초록색으로 변한다.


 풍도바람꽃, 풍도대극, 복수초 등 이맘때 풍도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

권력자나 있는 자들이야 이런 격변기에도 제 살길을 찾을 수 있었겠지만,
 민초들의 삶은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격변의 중심이었던 풍도는 관광 포인트가 많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봄이 되면 이런 민초들의 아픔을 알기라도 하듯
 알록달록한 야생화들이 앙증맞게 섬 곳곳에 피어난다. 
야생화 보물섬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다. 
같은 위도선상에 있는 육지나 다른 섬들은 아직 봄을 알리는 꽃소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맘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야생화인 복수초.

선착장에 내려 마을 뒷산인 후망산을 따라 오르면 오래된 은행나무가 서있다. 
거기서 산길을 따라 오르면 야생화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풍도바람꽃은 한때 변산바람꽃으로 알려졌지만,
 꿀샘이 변산 바람꽃보다 넓은 깔때기 모양으로 꽃잎이 더 크고 모양에서도 차이가 있다.
풍도에서만 볼 수 있는 야생화다.

이맘때 풍도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는 풍도바람꽃, 풍도대극, 노루귀, 복수초 등이다. 
풍도바람꽃은 한때 변산바람꽃으로 알려졌지만, 꿀샘이 변산바람꽃보다 넓은 깔때기 모양이고
 꽃잎도 더 커서 모양에서 차이가 있다. 풍도에서만 볼 수 있는 야생화다. 
노루귀 역시 흰색, 분홍색 등을 띤 꽃이 한창이다. 
꽃이 지면서 잎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보송보송한 솜털이 나있어 앙증맞다는 표현이 딱이다.




 노루귀는 꽃이 지면서 잎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앙증맞게 보송보송한 솜털이 나있다.

야생화들은 매화, 산수유, 벚꽃처럼 화려하게 봄을 알리는 존재들은 아니다. 
땅에서 잘해야 10㎝ 정도 고개를 살짝 들어 제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 
그나마 다른 풀과 낙엽 등에 묻힌 야생화들은 제대로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밟힐 수 있다. 
그래도 봄이 되면 꿋꿋하게 제 모습을 살포시 드러낸다. 
아무리 밟힐지라도 봄이란 희망이 왔다는 것을 알리려는 ‘소리없는 아우성’을 섬 곳곳에서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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