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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바위, 책바위, 해골바위.. 산과 바람이 만든 조각품

자연이 만든 기기묘묘한 조각작품들이 많은 인왕산. 인왕산은 서울 종로구와 서대문구에 걸쳐 있는 높이 338m의 산으로 큰 화강암 덩어리들로 이루어진 바위산이다. 바위가 많은 이런 산을 암산(岩山)이라고 한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큰 바윗돌이 곳곳에 박힌 산세가 제법 웅장하고 계곡이 깊어 조선시대 기록에 나오는 대로 호랑이가 살 만했던 산이다. 호랑이는 태종 5년엔 경복궁에, 연산군 11년엔 종묘에도 출현했다고 한다. 경치가 아름다운 장안 제일의 명승지로, 인왕산을 배경으로 그린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가 널리 알려져 있다. 1968년 김신조 등 무장공비가 침투했던 1·21 사태로 출입이 통제되다가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에야 시민들에게 개방된 사연도 품고 있다. 남산, 낙산, 북악산 등과 함께 한양의 내사산(內四山)이었던 인왕산은 한양의 서쪽에 있다하여 원래 이름은 서산(西山)이었다. 단순하고 밋밋했던 산 이름은 세종 때 지금의 이름 인왕산(仁王山)으로 바뀐다. 인왕이란 불법(佛法, 부처의 가르침)을 수호하는 금강신(金剛神)의 이름인데, 조선왕조를 수호하려는 뜻에서 산의 이름을 개칭했다. 조선이 숭유억불(崇儒抑佛,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누름)의 나라였음을 떠올려보면 산 이름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렇듯 인왕산은 불교와 인연이 깊은 산이다. 불교와 인연이 깊은 인왕산 인왕산 들머리의 절집 담벼락에 그려진 화려한 불화. ▲ 오랜 세월 자연이 만들어 놓은 작품들을 감상하러 가는 인왕산 산행. 차량들이 오가는 차도를 깔아놓아 공기와 풍경을 해치고 산행이 제한적인 남산이나 북악산과 달리 인왕산은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산중의 아름다운 경치를 오롯이 감상하며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인왕산을 오르는 들머리는 수송동 계곡·사직단 공원 등 5가지 코스가 있는데, 그 가운데 3호선 전철 독립문역에서 시작하는 제3코스가 가장 흥미롭지 싶다. 인왕산이 만든 기기묘묘한 모양의 바윗돌들을 만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서다. 장군바위·치마바위·기차바위·돼지바위에서 스님을 닮은 선바위, 책 모양을 한 책바위, 심지어 해골바위도 있다. 마치 오랜 시간에 걸쳐 인왕산이 바람의 힘을 빌려 만든 조각품 같았다. 특별한 바윗돌마다 사람들이 초를 켜놓고 치성을 드리고 있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바다, 나무, 거석(큰 돌) 등 자연물을 경외하고 숭배하는 토테미즘(Totemism)이라는 원시적 종교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산행길이기도 하다. 3호선 전철 독립문역에서 내려 가까운 인왕산 현대아이파크아파트 108동 뒤편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마치 산의 문(門)처럼 인왕사라는 절의 일주문이 나온다. '기도 방 있습니다'라고 쪽지를 붙여놓은 작은 절집들이 모여 있는 주택가 벽면에도 온통 불화가 그려져 있어 눈길이 머물렀다. 어느 절에서 들려오는 은은하면서도 여운이 깊게 남는 종소리가 불화와 잘 어울렸다. 화강암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인왕산 소나무들. ▲ 우리나라의 오래된 무속신앙을 체감할 수 있는 국사당. 인왕사와 이웃하고 있는 국사당(國師堂, 종로구 무악동 산 2-12번지)은 자연 암반위에 지은 아담한 사당으로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제28호)다. 조선시대 나라에서 제례나 기우제 등을 지냈던 신당이다. 유교와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무신과 산신령을 모시는 사당을 짓고 제사를 드렸다니... 민족의 유전자 속에 깊이 박혀있는 오래된 신앙의 끈질긴 힘을 보는 것 같았다. 원래는 남산(당시엔 목멱산) 팔각정 자리에 있었는데 일제가 남산에 신사를 세우면서 1925년 이곳으로 옮겨왔다. 사당 안에는 단군, 조선 태조 이성계, 칠성신 (七星神 : 사랑, 재물, 성공, 행운, 무병장수, 소원성취, 복을 관장하는 신), 최영 장군의 신인 신장(神將), 산신령 등 중요민속자료 제17호인 무신도(巫神圖)가 걸려 있어 눈길을 머물게 한다. 울긋불긋 원색적이고 단순한 화풍의 무신도 그림은 인왕산의 기암괴석들처럼 거칠고 생경했다. 무념무상의 표정을 한 무신들은 볼수록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신기(神氣)가 있는 사람에겐 특별하게 보인다는데 내게 그런 기운은 없나 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각종 신(神)과 무척 친근한 민족이다. 천신(天神)에서 옛 장수들은 물론 나이 지긋한 어른을 어르신이라고 부르고, 뭔가를 즐겁게 하는 것을 넘어서 몰입하는 것을 신나게 혹은 '신명하게 한다'라고 표현한다. 국사당에선 지금도 인간문화재 무속인이 연례적으로 내림굿·재수굿·치병굿 등을 한다. 굿이 열리는 행사 때면 호기심어린 표정을 한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어디나 비슷비슷한 대도시 서울에서 벌어지는 오래되고 원초적인 신앙의 현장 '굿판'은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대단히 이국적인 풍경일 것 같다. 큰 수석 전시장 같은 인왕산 무학대사의 기도 도량이었던 인왕산의 명물 선바위. ▲ 추운 날씨에도 선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며 기도하는 사람들. 산행이 아닌 기도를 드리기 위해 인왕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바로 '선바위' 때문이다. 높이 7미터, 가로 10미터 정도가 되는 큰 바위로 기묘한 모습으로 산 중턱에 불쑥 솟아 있다. 인왕산에서 가장 유명한 바위이자 서울시 민속자료(제4호)이기도 하다. 2개의 거대한 바위 모습이 마치 스님이 장삼을 입고 서 있는 것처럼 보여 선(참선 禪)자를 붙여 선바위라 불렀다는 데, 신선 선(仙)자도 괜찮겠구나 싶었다. 선바위가 주변의 소음들을 빨아들이기라도 했는지 진공 속으로 들어선 듯 고요했다. 조선시대 무학대사의 기도 도량이 될 만한 곳이구나 싶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찾아와 신령스러운 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며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어 놀랐다. 거석(큰 돌)에 치성을 드리고 소원을 비는 것은 우리 민간신앙은 물론 외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안내판을 보니 무려 1억 5천만 년 전 생겨난 돌로 영겁의 세월 속에 바람으로 인한 풍화작용으로 인해 이런 절묘한 형상의 바위가 됐단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절로 들었다. 회색의 개량 한복을 입고 있어 왠지 선바위와 어울렸던 관리인 아저씨는 아주 오랜 옛날엔 한반도가 바다 속에 잠겨 있어서 바위에 새겨진 무늬와 구멍들이 더 기묘한 거라고 알려 주셨다. 이 바위는 조선 초 나라를 새로 세우고 한양으로 도성을 옮길 때 무학대사가 1000일 기도를 한 곳으로 기록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당시 무학대사는 인왕산을 주산(主山, 건축물의 배경이 되는 산)으로 삼자고 주장했으나, 결국 정도전의 주장대로 백악(北岳, 북악산) 아래 경복궁을 비롯한 궁궐이 지어졌다. 영락없는 해골 모습을 한 독특한 바위. ▲ 돼지를 꼭 빼다 닮은 재밌는 바위. 선바위보다 훨씬 크고 우람한 바위 앞에 섰다. 모자바위라는 이름을 가진 거석 앞에서 나도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했다. 뭘 기원해서가 아니라 바위 앞에 차려놓은 몇 가지 음식 중 사과를 꺼내 먹어서다. 산이 낮다고 방심하고 물통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가 산행 내내 갈증에 시달렸다. 산중에 있는 약수터는 얼어붙어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 산을 뒤덮은 화강암 바윗돌 틈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는 소나무들도 인상적이었다. 뿌리 내릴 땅이 좁다보니 큰 고목나무는 없고 대부분 몸체가 날씬하다. 조금이라도 햇볕을 더 쬐려고 해가 뜨는 동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에 왠지 마음이 짠했다. 인왕산의 다채로운 기암괴석은 산에 찾아간 사람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준다. 장군바위가 부처바위로 보이고, 모자바위가 갓바위로 보이기도 한다. 바윗돌을 보는 이의 시선과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큰 수석 전시장이 따로 없었다. 거인 혹은 장군의 모습을 한 위풍당당한 바윗돌. ▲ 두꺼운 책을 겹쳐 놓은 것 같은 모양의 책바위. 돼지바위, 맹꽁이바위, 달팽이바위 등 익살스런 바위들을 큭큭 웃으며 바라보다가도, 무심코 걷다가 마주친 해골바위 앞에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정말 해골을 닮은 바위가 두세 개나 있었다. 커다란 책 두 권을 겹쳐 놓은 책바위나 건장한 남성의 얼굴을 한 장군바위를 보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느 넓적하고 평평한 바위엔 투박하게 생긴 부처님이 새겨져 있었다. 불교가 들어오기 전, 사람들은 산속 큰 바위에 하늘신과 땅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불교가 점차 대중화되자 사람들은 그들이 믿었던 신성한 돌에 부처를 새기기 시작했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마다 사람들이 찾는다는 미륵불이었다. 낡고 불의한 세상이 가고 새 세상이 오기를...미륵불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기원해 보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신기한 바윗돌마다 써놓은 낙서였다. 주로 이름이 대부분이었는데 인왕산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경치를 망치고 있었다. 기묘한 바위를 볼 적마다 잠시 멈춰 서서 나만의 돌 이름을 지어보는 시간도 재밌다. 배꼽바위, 귀바위, 뱀바위··· 산길에서 마주친 기묘한 돌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책바위를 지나는 산 정상엔 암벽을 스릴 넘치게 지날 수 있는 기차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 주요 산행길 : 3호선 전철 독립문역(1번 출구) - 인왕사 일주문 - 국사당 - 선바위 - 장군바위 - 한양성곽 능선길 - 책바위 - 기차바위 - 인왕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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