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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8 21:42

(수필)첫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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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분  
첫 눈


 



 
 
    •  
    • 첫 눈                          청초    이용분(7회)

      오늘은 올 겨울 들어 첫눈이 펄펄 내렸다.
      어두컴컴한채 잔뜩 찌프린 하늘에 날씨가 푹하다 보니 내리는대로 바로
      녹아 버려서 땅만 조금 질척할뿐 눈은 금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눈을 맞으며 걷노라니 문득 그 옛날 중학교 일학년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노천명의
      "어머니가 떠나시던 날은 눈 보라가 날렸다." 라는 시가 생각이 난다.

      이왕이면 첫눈 내리는 날 만나기로 한 옛 애인이나 친구 생각이 나던가할 일이지
    • 왜 그 슬픈 싯 구절이 생각이 나는지 모를 일이다.


      작별                                      노천명

      어머니가 떠나시던 날 눈보라가 날렸다.
      언니는 흰 족두리를 쓰고
      오라버니는 굴관을 차고
      나는 흰 댕기 느린 삼 또아리를 쓰고

      상여가 동리를 보고 하직하는
      마지막 절하는 걸 봐도
      나는 도무지 어머니가
      아주 가시는 거 같지 않았다.

      그 자그마한 키를 하고―
      산엘 갔다 해가 지기 전
      돌아오실 것만 같았다.
      다음 날도 다음날도 나는
      어머니가 들어오실 것만 같았다

      시집<창변> (1945. 2. 25)
      [출처] 여류 시인 노천명(盧天命)시의 세계와 일대기 /작성자 아름다움


      아주 쌀쌀맞게 추운 날씨에 내리는 눈은 내리는 소리도 사락 사락 소리가 나고
    • 언 땅위에서는 잘못하면 미끄러지기가 십상이다.

      이런 눈으로는 눈사람을 만들기는 어렵다. 서로 대굴대굴 엉기지 않으니
      눈이 서로 붙지를 않아 첫눈에 잔뜩 설레이던 어린 마음을 달구기만 하게 한다.

      아이들을 키울 때에는 눈이 오면 의례히 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들곤 하던
      추억이 떠 오른다. 크게 굴려서 몸통을 만들고 좀 작게 굴려서 머리를
      만들어 얹고 검정 숯을 구해서 눈과 눈썹 삐죽하게 뭉뚝한 나무토막으로
      코도 만들고...

      세숫대야를 뒤집어 씌워서 모자로 하고 긴 마당 빗자루를 곁에 꽂아 놓으면
      한겨울 풍취가 물씬 나곤 했었는데 이제 눈사람 만들 아이도 다 커버리고
      눈사람을 만들 마당도 정신적인 여유도 없는 바쁜 세태에 살게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눈사람보다는 컴퓨터게임에 더 빠져 있고 동네 골목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 하던 동네 바둑이도 이제는 모두 방에 들어 앉아
      버려서 보기가 힘들게 됐다. 눈이 오면 길이 미끄러워 차들이 엉금엉금
      길 생각에 눈을 기다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만 같다.

      특히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눈만 조금 내리면 비닐하우스가
      눈의 무게 때문에 무너져 내릴까봐 가슴이 철렁철렁 할 일이다.

      허나 정초에 내리는 눈은 서설이라 하여 매우 반기고 매섭게 추운 겨울날
      여린 보리싹을 이불처럼 덮어 주어서 냉해를 막아주니 꼭 필요 하기도 하다.
      겨울에 눈이 안 오는 해에는 겨울 가뭄이라하여 보리싹도 말라죽고 그
      이듬해에 가뭄을 예고하니 적당한 눈은 꼭 내려야 된다.

      오밀조밀 가즈런히 크고 작은 장독대 위에 내린 흰눈을 보는것만은 못 하지만
      그래도 초대형 아파트 창문을 통해서 춤을 추듯 선회를 하며 끝도 모를
      먼 하늘에서 펄펄 내려오는 눈송이들을 감상하는 것은 너무나 환상적이고
      아름답고 신비하기 조차하다.

      영화 "닥터 지바고"의 '라라'의 테마곡과 더불어 자작나무 숲이 욱어진
      시베리아 흰 雪原을 끝없이 달리던 "오마샤리프"의 마차가 우리들 마음속에는
      아직 한 가닥 젊은날의 낭만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06년 12월 1일
    •  

 


  • Tony(12) 2016.12.05 12:15
    이선배님, 추위에 방한 단속 잘 하시기 바랍니다. 여기도 예년에 듣도 보도 못하던 'August in November' 가 끝나고 다음 2주 정도는 매일 영하 20도의 기온이 된다는 예보입니다. 오늘 일요일에는 예보에도 없는 눈이 좀 내려 그것 부터 치우고 게으름 피우며 못 다했던 크리스마스 불들을 다 내달았습니다. 미누리가 수고 했다고 호박죽을 만들고 녹두 빈대떡을 부쳐서 그게 저녁이 됐구요. 어제는 이곳 실업인 협회에서 주최한 경로 잔치에 나가 즐겁게 먹고 마시며 여흥도 즐기고 door prize raffle ticket 네개를 샀는데 네번이나 같은 번호가 나와 한 보따리 들고 집에 왔습니다.

    마누리는 늘 무슨 물건을 잘 타곤 합니다. 70년대 초기에는 큰 칼라 티비를 백화점에서 공짜로 타서 집동네 골목에서 처음으로 칼라 티비를 가지기 도 했고요. 다음 주 토요일엔 한인회 주최 망년회가 있는데 그때는 또 어떨지?... 벌써 크리스마스 카드들도 다 보냈고 집 안팎으로 겨율 준비는 모두 단단히 마무리 했는데 몇년동안 안 써도 됐던 제설기 정비를(tune up) 좀 해야 될듯. 정유년 새해가 멀지 않네요; 그럼.
  • 이용분 2016.12.08 11:09

    황후배님 오랜만입니다
    주신 댓글을 늦게 발견하고 뒤늦게 부랴부랴 이렇게 답신을 씁니다.
    요즘  한국은 하두 시국이 어수선해서 개인들도 정신적인 피해는 물론 나라의 존망까지도 위협을 느껴집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지난여름 너무나 더웠던 혹서로 면역체가 고장이 났는지 지내기가 아주 힘이 듭니다.

    그 만리 타향에 살면서도 부지런하신 부인덕으로 맛있는 한국 고유 음식을 자시며 유유 자적하시니 부러울 뿐입니다.
    이제는 계절의 순환도 낮이 아주 짧아 지고 밤도 빨리 칮아 들어 하루해가 어느새 저물곤 합니다.
    벽에 걸린 달력을 미쳐 떼어내지 못해 아직 시월에 머문 것을 어제 아들이 떼어 주고 갔습니다.
    12월도 벌써 일주일이 후다닥 날치기 하듯 지나 갔어요.

    즐거운 년말을 지내시고 두 내외분 내내 건강하세요.
    그럼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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