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즈음 대원군은 필묵을 꺼내 놓고 무엇 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
"대감 마님 부르셨습니까?"
글만 쓰던 대원군이 방안에 들어 온 이승업에게 처다 보지도 않고 붓 글씨만 쓰면서 말한다
"승업이 자네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지?"
"헤, 글씨 연습이 하시는 것 아니십니까?"
"글씨 연습 이라고 했겠다 .... 그렇지 ...그렇지 글씨 연습이야"
"그러시면 글씨 연습이 아니오이까?"
"이게 글씨 연습으로 보이느냐?"
대원군이 깨알 같이 쓴 글을 내 놓으며 말한다 .
"자네 우선 게 앉거라 "
이승업이 앉자 대원군 이하응이 이승업을 물끄러미 처다본다 .
" 너 최익현이 집을 알지?"
"최익현 대감 댁은 왜요?"
"이리 가까이 오너라"
".............."
"자네 최익현이가 어떤 인물인지 알지?"
"보고 들은 것이 좁고 고집이 센 분이나 아닙니까?"
"허허 , 그놈이 보고 들은 것이 좁다고? 그놈 이야말로 세상 물정에 통달한 놈이야...."
"어찌해서 그렇습니까?"
"그놈은 이항로 문하에서 알것은 다 알도록 공부를 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사람은 고집도 좀 있어야해 ..."
"대감 마님 그 보수 꼴통 같은 사람을 추켜 올리시다니오?"
"그놈이 왜보수며 꼴통이냐? 너와 내가 진짜 보수 꼴통이지"
"그놈이 사사 건건 내가 하는 일이라면 쌍심지를 돋구고 있는데 그놈이 이제는 제주도 흑산도 맛을 보았으니 생각 좀 바꿨겠지 ..."
"대감 마님 , 해 치울가요?"
"그건 안돼 그놈 때문에 내가 이꼴이 되었는데 그놈을 없앴다가는 민승호 문제도 해결 되지 않은 마당에 내가 더욱 의심 받게돼..."
"그러하오면 회유 하는수 밖에 없겠군요 "
"맞아 , 제주도, 흑산도 귀양중 느낀점이 많을거야 "
"소인 같으면 중전의 농간에 대하여 상소를 낼것 만같습니다 "
"승업이 , 말 조심하게....중전이 어쨌다고?"
"오늘 자네에게 부탁할말이있네 "
"말씀만 하십시요 , 분부 대로 하겠습니다 "
"최익현이에게 이 편지를 전하고 나좀 만나자고 하게"
" 그 고집 불통이 대감 마님의 분부를 받아 들이겠습니까? 원수로 알 터인데입쇼"
"그렇지 않아 , 지금이 최익현이를 회유하기에는 최적기야"
"................"
"자네 아무 소리 말고 이 글을 읽어보아라 "
이승업이 읽어보니 구구 절절이 대원군의 심정이 담아 있는 명필이었다 .
"대감 마님 백만매택천만매린(百萬買宅千萬買隣)이무슨 뜻이옵니까?"
"허허 , 승업이도 공부 좀 더 해야겠어...간단히 얘기 해서 이웃을 보고 주택을 고르라는 말이야"
"...................."
" 내말 못 알아 듣겠나? 쓸데 없이 엉뚱한 곳에 아부 말고 나와 이웃 하자는 얘기지...."
대원군의 얘기는 귀양살이나 하지 말고 자기와 가차웁게 지내 자는 말투였다 .
이승업은 대원군 이하응의 얼굴을 새삼 처다 보았다 .
이것은 완전히 적과의 동침이다 .
대원군의 말은 임금과 민비가 어떤 사람인가를 이제 알았으니 자기와 손잡자는 얘기다 .
이승업은 대원군의 말을 그제서야 알아채었다 .
"이편지를 전해 보고 오너라"
"예"
"갈적에 그동안 귀양살이 하느라고 고생했으니 몸보신하라고 굴비와 쌀가마나 갖어다 주거라"
"예 대감님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