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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히터규모 5.8의 지진을 겪다

                                                                                                                                                                       구 자 문

퇴근 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아파트가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LA에 살 때 지진을 많이 겪어 보기는 했지만, 한국에 살면서 지난 20년간 이러한 지진은 없었다. 아파트 바닥이 살아있는 듯 움직이고 발코니 창문들이 크게 흔들렸다. 리히터규모 5.0은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나중 뉴스를 보니 경주에서 서남쪽 내륙의 지하 15km가 진앙지로서 리히터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었다. 진앙지가 필자의 동네와 그리 멀지 않은 40 -50 km 남짓 떨어져 있을 뿐이니 더욱 강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충청도나 경기도에서도 흔들림을 크게 감지했다고 했다.

 

몇 분후부터 여러 매체들이 지진을 알리는데, 너무 섣부르게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없다’고 까지 이야기 하고 있었다. 실제 진앙지 인근에서 지진을 겪어 보고 또 조사해 보고 보도하는 것인지, 야속하기도 했다. 5.1이면 상당한 강도의 지진이고, 이 정도면 아파트가 심하게 흔들려 책장이 넘어지고 재래식 가옥들은 기와가 날고 담장이 파손되어 인명피해가 크게 발생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한시간 쯤 지났을까 다시 지진이 왔다. 첫 번째 보다 더욱 강력했다. 아파트는 더욱 큰소리를 내며 요동을 친다. 다행히 잠시 후 멈춰졌는데, 다행히 집은 무사했고 쌓아놓은 책이나 플라스틱 병들이 바닥으로 무너지거나 넘어졌을 뿐이다. 리히터규모 6.7의 LA지진 때 필자가 살던 집은 자갈 위를 마구 달리는 버스마냥 우당탕 흔들렸고, 시 영역 내에서 수천채의 집들이 무너지고, 수십 명의 인명피해를 초래했는데, 목재로 지은 단층집인 우리 집은 그렇게 흔들리고도 무사했었다. 두 번째 지진은 5.5는 되나보다 생각했는데, 5.8이라고 한다. 이는 한국에서는 역대 가장 강력한 지진이다. 한국의 지진은 대개 해저에서 발생하는 3.5 전후의 지진이라서 육지에서는 약간의 흔들림만 감지되는데, 이번에는 육지에서 일어난 흔치 않은 강력한 지진이었다.

 

LA에 살며 6.7의 빅원을 겪어 보았고 무수한 5.0 이상의 지진을 겪어 본 필자지만 이번 지진은 충격이었다. 그곳에선 단층집이었지만 이곳에서는 22층 아파트가 아닌가. 개들이 짖고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아파트 단지가 갑자기 시끄러워졌었다. 이번 지진으로 많은 이들이 아직도 불안함에 떨고 있을 것 같다. 지진은 결코 낭만적인 것이 아니며 많은 이들을 죽게 하고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힌다. 더구나 지진 후에는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지진을 겪으며 처음에는 이게 무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음이 한국의 실정이었다. 한국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을 숫하게 들어왔지만 시민들은 설마 속에 살아 왔으니 대피요령도 모르고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이번 지진지역의 건물피해상황 및 전국 건물들의 지진 대비상황을 정밀점검 해보아야 할 것이다. 5.8이 났을 정도면 6.5가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분명 그 정도면 우리 한국의 도시들은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다. 그만한 강도가 아니더라도 좌우로만 흔들리지 않고 위아래로도 흔들어 댄다면 건물붕괴와 인명피해가 크게 날 수 있다.

 

지진이 나면 건물도 무너지지만, 전기와 통신망이 끊어지고, 불이 나는 경우가 흔하다. 최근 건축된 아파트는 모두 내진설계가 적용되고 있다는데, 내진구조가 적용된 아파트는 6.0 정도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으며, 면진·제진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는 7.0 정도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율은 전체 건축물 수의 6.5%,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수의 34.6%로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내진설계가 않된 것들은 지진보강공사(Seismic Rehabilitation)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제 벽돌이나 블록 건물은 않되고 목조, 철골, 혹은 철근 콘크리트로 건물을 지어야 한다. 건물외장도 되도록 벽돌이나 타일로 장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SOC의 경우는 90% 안전하다고들 하는데, 내진 관련기준이 없던 1970∼1980년대에 건설된 서울 지하철 1∼4호선도 일부 구간에 내진설계가 반영돼 있지 않다고 한다. 내진설계 된 안전하다는 SOC들도 리히터규모 6.0 – 6.5 정도의 지진을 견디게 설계한 것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제는 모두 리히터규모 7.0 내지 7.5 정도의 지진을 견디게 공공건물, 아파트, 발전소, 다리, 고가도로 등을 건설해야 할 것 같다. 물론 부실공사가 있어서는 아니 된다.

 

LA에서 빅원이 왔을 때 수천 채의 건물들이 피해를 보고 고가도로가 일부 끊어져서 인명피해가 있었다. 집안의 책장에 깔려 압사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책장 뒤에 꼭 못을 박아 고정시킨다. 필자의 경우 포항 양덕동의 새 아파트로 7년 전 이사 올 때 벽 한면을 가득 채운 책장을 주문했었는데, 설치하는 분이 애들이 기어오르면 위험하다고 내게 큰 상의 없이 각 책장마다 콘크리트용 대못 하나씩 박아 놓았었다. 그때는 좀 서운했는데, 이번 지진을 생각하면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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